일상의 사물학

 

사물 곁에서 삶을 읽는 기록

우리는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사물과 마주한다. 아침에 손으로 더듬어 찾는 안경, 물을 끓이는 주전자, 책상 위에 굴러다니는 볼펜, 현관을 나서며 잡는 문고리, 낯선 사람들과 함께 타는 버스, 길가에 서 있는 나무와 전봇대, 저녁에 몸을 기대는 의자…. 너무 익숙해서 보이지 않던 것들이 사실은 우리의 하루를 가장 가까이에서 받치고 있다.

「일상의 사물학」은 바로 그 익숙한 것들을 오래 바라보는 공간이다. 여기서 사물은 단지 쓰임을 가진 물건이 아니다. 사물은 사람의 손때를 기억하고, 한 시대의 분위기를 품으며, 어떤 날의 기쁨과 슬픔을 조용히 간직하는 존재이다. 낡은 컵 하나에는 누군가와 마주 앉았던 아침이 남아 있고, 오래된 열쇠에는 돌아갈 수 없는 집의 문이 매달려 있다. 버스 손잡이에는 출근길의 피곤과 퇴근길의 한숨이 묻어 있으며, 공원 벤치에는 기다림과 이별과 잠시의 휴식이 차곡차곡 쌓여 있다.

사물은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보다 오래 침묵하며 사람의 삶을 바라본다. 우리는 흔히 사람에게만 이야기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어떤 때에는 사물 하나가 한 사람의 생애보다 더 많은 것을 들려준다. 돌아가신 부모님이 쓰시던 그릇, 어린 시절의 책상, 오래 신은 운동화, 고장 난 시계, 빛바랜 사진 한 장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다. 그것들은 시간의 조각이며, 기억이 잠시 몸을 얻은 모습이다.

이 블로그는 일상에서 마주치는 사물을 통해 삶의 의미를 더듬어 가고자 한다. 버스와 지하철, 골목의 간판과 신호등, 우산과 운동화, 식탁과 냉장고, 의자와 전등, 책과 연필, 나무와 돌과 낙엽까지. 때로는 도시의 사물을 통해 우리가 사는 사회를 생각할 것이고, 때로는 집 안의 작은 물건을 통해 가족과 외로움, 노동과 쉼을 돌아볼 것이다. 또 어떤 날에는 길가의 나무 한 그루를 바라보며 인간보다 느리게 늙어 가는 존재의 시간을 묵상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곳의 글은 사물의 역사나 기능을 설명하는 글에만 머물지 않는다. 필요하다면 물건의 기원과 문화사, 문학과 철학 속 의미도 함께 살펴볼 것이다. 그러나 그 모든 지식은 결국 한 가지 질문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이 사물은 오늘 우리의 삶에 무엇을 말해 주는가.” 사물의 정보를 나열하기보다, 사물과 사람 사이에 놓인 감정과 기억, 관계와 시간을 읽어 내고 싶다.

예컨대 의자는 앉기 위해 존재하는 물건이다. 하지만 의자는 단지 몸을 받치는 도구가 아니다. 병원 대기실의 차가운 의자는 불안한 기다림을 품고, 교회 예배당의 나무 의자는 함께 드린 기도와 찬송의 시간을 기억한다. 빈 의자 하나는 떠난 사람을 생각나게 하며, 식탁 곁의 의자는 가족이 서로를 향해 앉았던 저녁을 떠올리게 한다. 사물의 쓰임은 단순하지만, 사물이 품는 의미는 언제나 복잡하고 깊다.

볼펜도 그러하다. 볼펜은 생각을 종이 위로 옮기는 작은 도구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일기를 쓰던 밤의 동반자이고, 누군가에게는 계약서에 서명하던 긴장의 순간이며, 또 누군가에게는 끝내 보내지 못한 편지를 적게 한 물건이다. 버스는 정해진 노선을 달리지만, 그 안에 탄 사람들의 마음은 저마다 다른 곳을 향한다. 어떤 이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돌아가고, 어떤 이는 생계를 위해 길을 나서며, 어떤 이는 말없이 창밖을 보며 자신의 삶을 견딘다. 사물은 한결같이 제 자리에 있으나, 사람은 그 곁에서 매일 다른 이야기를 살아 낸다.

「일상의 사물학」은 거창한 것을 찾기보다, 이미 우리 곁에 있는 것들을 새롭게 보려는 기록이다. 너무 빨리 지나쳐 버려서 이름조차 붙이지 않았던 감정들, 익숙함 속에 가려져 있던 삶의 풍경들,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그리움과 위로를 사물의 언어로 담아 보고자 한다. 사물을 바라보는 일은 결국 자신을 바라보는 일이기도 하다. 내가 무엇을 오래 바라보는가에 따라, 내가 어떤 삶을 지나왔는지도 조금씩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곳에 쌓일 글들은 한 사람의 사적인 기억에서 출발할 것이다. 그러나 그 기억이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고, 지나간 가족을 생각나게 하며, 오늘의 지친 마음을 잠시 쉬게 할 수 있기를 바란다. 낡은 물건 하나 앞에서 “나에게도 저런 시간이 있었지” 하고 멈춰 서게 된다면, 이 기록은 이미 제 역할을 다한 셈이다.

사물은 우리를 판단하지 않는다. 다만 곁에 머물며, 우리가 살아온 시간과 살아갈 시간을 묵묵히 비춘다. 「일상의 사물학」은 그 조용한 사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블로그이다. 오늘도 무심히 지나친 물건 하나를 다시 바라본다. 그 안에는 어쩌면, 아직 말이 되지 않은 우리의 삶이 들어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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