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점 아저씨


기다림에도 의자가 있다

산책길에 가끔 만나는 작은 바가 있다.

골목 안쪽으로 한 걸음 물러나 있는 자리.
일부러 찾아가는 사람보다, 우연히 발견하는 사람이 더 많을 것 같은 곳.
저녁이면 불빛이 새어 나오고, 음악이 문틈으로 흘러나온다. 그 정도의 거리감이 좋다.

한 번도 들어가 본 적은 없다.

술보다 차를 좋아하고, 왁자한 웃음보다 골목의 적막을 더 오래 바라보는 사람이라, 늘 문 앞을 지나칠 뿐이었다.

어제도 그 앞을 지나갔다.

비가 갠 뒤의 공기가 아직 젖어 있었고, 유리창은 거리의 풍경을 희미하게 품고 있었다.

무심코 실내를 들여다본다.

빈 의자들.

빈 테이블들.

그리고 휴대전화를 내려다보는 사장 한 사람.

손가락은 쉼 없이 화면을 넘긴다.



세상은 그 작은 화면 안에서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지만, 정작 기다리는 것은 화면 속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문이 열리는 소리.

풍경처럼 누군가 들어와 "안녕하세요." 하고 건네는 짧은 인사.

의자 하나가 밀리는 소리.

잔을 꺼내는 소리.

그런 평범한 소리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기다림은 대개 소리보다 먼저 온다.

휴대전화는 시간을 죽여 주지만, 기다림은 시간을 살려 낸다.

그래서 기다리는 사람의 시간은 언제나 조금 더 길다.

가게 안은 조용했다.

그 조용함은 비어 있는 것이 아니라, 아직 오지 않은 사람들의 시간을 미리 품고 있는 듯했다.

문득 그런 생각이 스친다.

우리도 저마다 하나의 가게를 열어 놓고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누군가는 사랑을 기다리고.

누군가는 연락을 기다리고.

누군가는 일이 풀리기를 기다리고.

누군가는 다시 웃게 될 하루를 기다린다.

겉으로는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고,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있는 것 같지만….

실은 모두가 마음 한쪽 문을 열어 둔 채 살아간다.

기다림은 참 묘하다.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 같지만, 가장 간절한 일이기도 하다.

골목을 지나며 다시 한번 유리창을 돌아본다.

빈 의자는 그대로였고, 사장은 여전히 화면을 보고 있었다.

하지만 어쩌면 그 눈은 화면이 아니라, 문 쪽을 향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사람은 휴대전화를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찾아와 자신의 하루를 완성해 주기를 바라며 시간을 견디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골목을 빠져나온다.

문은 여전히 열려 있었다.

기다림은, 닫힌 문에서는 시작되지 않는다. 열린 문에서만 비로소 살아 숨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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