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마트에 대한 단상
골목마트는 필요한 만큼을 사는 법을 가르쳐 준다
골목을 걷다 보면 오래된 간판 아래 작은 마트 하나가 있다. 대형마트처럼 넓지 않고, 진열대가 끝없이 이어지지도 않는다. 입구 앞에는 음료 상자가 놓여 있고, 한쪽에는 과일 몇 종류와 라면, 과자, 세제와 휴지, 계란과 두부가 빼곡히 들어차 있다. 필요한 것이 아주 많을 때에는 조금 아쉬운 곳이다. 원하는 상품이 없을 수도 있고, 가격표를 비교해 보면 더 싼 곳이 따로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골목마트에는 대형 매장과 다른 종류의 편안함이 있다.
그곳은 가까이 있다. 우유가 떨어졌을 때, 저녁 반찬에 두부 하나가 더 필요할 때, 갑자기 비가 와서 우산을 사야 할 때 몇 걸음이면 닿는다. 자동차를 몰고 멀리 갈 필요도 없고, 넓은 매장을 한참 헤맬 필요도 없다. 필요한 것 한두 가지만 사고 곧바로 돌아올 수 있다. 골목마트는 물건을 파는 장소이면서, 일상의 작은 부족을 조용히 메워 주는 곳이다.
대형마트에 가면 사람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사게 된다. 처음에는 달걀과 세제만 사려고 했는데, 할인 행사라는 말에 눈길이 가고, 묶음 상품 앞에서 마음이 흔들린다. 더 많이 사면 더 저렴하다는 계산은 대체로 맞다. 그러나 그 계산 끝에는 종종 필요 이상으로 커진 장바구니가 남는다. 아직 집에 남아 있는 물건을 또 사고, 다 쓰지 못할 식품을 사며, 언젠가 필요할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여러 개를 쌓아 둔다.
많이 샀다는 만족은 잠시 크다. 묵직한 장바구니와 할인 영수증을 보며 알뜰한 소비를 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집에 돌아와 냉장고와 찬장을 열면, 이미 있던 것들 사이에 새 물건을 밀어 넣어야 한다. 결국 어떤 것은 유통기한을 지나 버려지고, 어떤 것은 기억에서 사라지며, 어떤 것은 너무 많이 샀다는 사실 자체가 마음의 짐이 된다. 싸게 산 물건이 반드시 잘 산 물건은 아닌 까닭이다.
골목마트에서는 그런 욕심이 조금 줄어든다. 진열대가 한정되어 있으니 선택도 단순해진다. 오늘 필요한 두부 한 모, 라면 두 봉지, 우유 한 팩, 저녁에 먹을 과일 몇 개를 산다. 필요한 만큼을 사고, 필요한 때에 다시 온다. 조금 비쌀 수 있고, 종류가 많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작은 불편은 오히려 삶을 가볍게 한다. 집 안에 쌓이는 물건도 줄고, 무엇을 먹고 무엇을 써야 하는지도 더 분명해진다.
인생도 골목마트의 장보기와 닮은 데가 있다. 우리는 자주 더 많은 것을 가져야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더 많은 돈, 더 큰 집, 더 많은 인간관계, 더 많은 정보와 기회가 있어야 불안하지 않을 것이라 여긴다. 그래서 아직 충분한데도 더 쌓고, 지금 누리는 것을 돌아볼 틈도 없이 다음 것을 향해 달린다. 그러나 많은 것을 손에 넣는다고 해서 마음이 반드시 넉넉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너무 많은 선택과 소유는 마음을 더 복잡하게 만들기도 한다.
필요한 만큼을 안다는 것은 가난하게 살자는 말이 아니다. 자신의 삶에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분별하는 일이다. 지금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이며, 단지 남들이 가진 것을 보고 탐이 난 것은 무엇인지 구별하는 일이다. 남보다 적게 가지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내 삶에 알맞은 양을 받아들일 줄 아는 태도이다.
골목마트의 주인은 종종 손님의 얼굴을 기억한다. 늘 같은 우유를 사 가는 사람, 저녁마다 막걸리 한 병을 사는 사람, 손자에게 줄 과자를 고르는 할머니를 기억한다. 값만 주고받는 관계 같지만, 그 안에는 짧은 안부가 있다. “오늘은 늦으셨네요.” “날이 너무 덥지요.” “이 물건이 새로 들어왔습니다.” 그런 말은 대형 매장의 자동 계산대에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온기이다.
골목마트는 풍요가 물건의 양으로만 결정되지 않음을 보여 준다. 가까운 곳에 필요한 것이 있고, 오늘 먹을 것을 오늘 살 수 있으며,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잠시 미소를 건네는 것. 그것만으로도 삶은 충분히 넉넉할 수 있다. 크게 채우지 않아도 비어 있지 않은 삶, 많이 갖지 않아도 부족하지 않은 마음이 있다.
오늘도 골목마트의 문을 열고 필요한 것 몇 가지만 산다. 손에는 가벼운 봉지가 들려 있지만, 마음은 이상하게 가볍고 든든하다. 필요한 만큼을 알고, 남은 것을 탐하지 않으며, 다시 올 수 있는 가까운 곳이 있다는 사실. 골목마트는 그렇게 평범한 장보기 속에서 삶의 알맞은 크기를 가르쳐 주는 곳이다.
